짱구에서 La Brisa 비치클럽 갈 바에 여길 가겠어요 (17~18일차/짱구)

2022. 4. 17. 13:22Think, 상/Digital Normad in Bali

요약
1. <다 이아리> 읽기
2. La Brisa 비치클럽에서 서퍼 구경
3. 최고의 가성비 Warung Heboh
4. 14,120에 환전하기
5. 한적한 비치 카페 Naked Coconut
6. Berawa Beach에서 서핑용 파도에 굴려지기
7. 디제잉에 밥맛까지 신명나는 비치 펍 Cabanon
8. 조용한 숙소에서 밤수영 즐기기


#. <다 이아리> 읽기
어젯밤 읽은 재윤의 삶이 너무 재미있었던 나머지, 함께 다운받아놨던 <다 이아리>를 눈뜨자마자 펼친다. 데이트 폭력 피해일기. 나는 삼십년 넘게 살면서 데이트 ‘폭력’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 ‘폭력성’을 감지했던 순간은 꽤 된다.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이상형이란 것이 크게 바뀐 것 같다. 관심을 끄는 말솜씨와 외모 더하기 나에게만 목 매는 타입에서, 남에게 비치는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자존감이 높으며 감정 기복이 없는 타입으로. 만약 일련의 경험들이 아니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웹툰 <바니와 오빠들>이 떠오른다. ‘작정하고 거짓말로 무장한 채 예쁘다 사랑한다 하는데 고작 스무 살짜리 여자애가 무슨 수로 거르겠느냐’였나. 작가가 그렇듯 이 세상 모든 이아리에게는 잘못이 없다. 자기보다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약한 사람을 노리는 비인간들이 유죄다. 부디 이 세상의 모든 여자아이들 곁에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언니가 한명씩은 곁에 있기를 바란다. 없다면 <다 이아리>나 <바니와 오빠들> 같은 책과 마주치기를.

 


#. La Brisa 비치클럽에서 서퍼 구경
<다 이아리>를 보고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러 비치클럽으로 향한다. 짱구에선 핀즈(Finns)랑 라 브리사가 최고의 비치 클럽으로 꼽힌다는데, 그 중 비교적 음악이 잔잔해서 서퍼 구경하며 쉬기 좋다는 라 브리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실체는? 그저 그렇다. 물에 빠질 때 제일 멋져보이는 서퍼들 직관은 좋았지만 그건 허름한 비치 카페에서도 충분합니다만. 미니멈 페이가 걸린 테이블 외엔 괜찮은 무료석이 많지 않고 돈 쓰고 싶어도 음식이 별로라 못 쓰겠다. 뭣보다 스탭들 태도가 일관되게 별로다. 이미 쓴 돈이 아까워서 노을까지 궁딩이 붙이고 있기는 했다만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 최고의 가성비 Warung Heboh
전날 라 브리사에서 대차게 실망한 바, 오늘은 차라리 비치 카페를 가보겠어요. 혹시나 라 브리사처럼 음식값으로 장난칠 수 있으니까 밥은 가성비 갑으로 소문난 와룽에서 먹고 가기로 한다. 허름한 가게지만 감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던 이유. 이 구역 짬바 좀 차보이는 서양인들이 무려 혼밥을 잡숫고 계셨기 때문이다. 현지인 패치된 서양인+혼밥은 그냥 믿고 주문하는 조합이쥬. 역시나 조합은 옳았다. 혀가 경건해지는 소토 아얌의 닭국물맛. 주스 가격도 참이다. 사장님 무병장수 만수무강하세요.

 


#. 14,120에 환전하기
비치로 향하는 길에 환전소 들르기. 여러번 환전하며 관찰하고 또 직원에게 팩트를 캐낸 결과,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의 환율이 가장 좋다. 보통 1달러 당 13950 루피아를 유지하던 환율표가, 오전 11시가 되면 일제히 14100으로 바뀐다. 이 때를 노려 300달러를 환전하는 나는 똑똑이, 300달러나 환전하는데 좀만 더 쳐달라며 딜을 거는 나는 왕똑똑이⭐️ 그래봤자 14120 루피아로 올려줬고 고작 600원 더 번 셈이지만 그래도 크든 작든 덤은 늘 기분이가 좋은 것이다.

발리 쉽계명💡
- 환전은 평일 화~목 오전 11시~ 오후 3시에 하는 게 좋다.
- 토,일은 시간 관계없이 낮은 환율이 유지된다.
- 월,금은 주말 환율과 이어지는 곳이 많다.
- 많은 금액을 한번에 환전할 때는 ‘Special Price’를 요구해보기. 흔쾌히 해주는 경우가 많다.

 


#. 한적한 비치 카페 Naked Coconut
베라와 비치에 자리한 헐벗은 코코넛(와?). 원래는 바로 옆 Cabanon을 목적지로 왔지만 사람이 어찌나 많은 지 좋은 자리는 이미 풀부킹. 별 수 없이 대안으로 선택한 게 이곳인데 드링크 메뉴가 좀 부실해보였지만 콜라 한 잔이면 되면 나에게는 사람이 없어 좋다. 파라솔을 낀 빈백 자리에 드러누워 강아지들의 행복한 깽깽 소리, 파도 소리, 여러 백색소음에 둘러쌓여 있자니 졸음이 솔솔 온다. 는 사실 잡상인들이 하도 영업을 해서 메소드 수면 연기를 시전했는데 진짜 잠들어버렸다. 배우가 배역에 잠식당하는 경우가 이런건가…🤔

 

 

 


#. Berawa Beach에서 서핑용 파도에 굴려지기
잠 좀 깨겠다고 뛰어든 짱구의 바다는 비기너에게 입뺀을 놓았다. 용도를 잃은 사지를 야무지게 굴려 모래사장에 내다꽂는다. 추노가 되어 애써 괜찮은 척 웃음 짓노라면 한 발 남은 잔파도가 뒷통수부터 다시 굴린다. 머나먼 섬나라에서 멍석말이를 당하는 나는 정말 귀엽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뛰어든 짝꿍은 물안경을 파도에 삥 뜯기고 울먹이며 돌아왔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무서운 언니들한테 삥 뜯기던 중딩 시절 내 표정이 저랬을 걸 생각하니 안쓰럽다.

 

발리 쉽계명💡
- 짱구의 파도는 꾸따보다 높고 세게 부서진다. 중급 서퍼들에게 적합하다고 한다.
- me같은 비기너는 꾸따에서 미리 배우고 오거나 파도가 약한 날을 고르고 골라 타는 게 좋겠다.

 


#. 디제잉에 밥맛까지 신명나는 비치 펍 Cabanon
물안경 되찾겠답시고 무한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자니 짝꿍이 Cabanon에 자리가 났다며 나오란다. 근데 저 디제이 부스는 뭐지…? 구글 맵에서 본 감성 라탄 카페가 아닌데요🙀 앉아서 밥은 안 먹고 왜이리들 돌아다니면서 웃고 떠드는지 오픈 클럽인 줄. 거기다 디제잉하는 언니들은 핫의 결정체. 내가 만점 리뷰를 남긴다면 그건 다 저 언니들 때문이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스텝을 간신히 낚아채 치킨 바비큐와 봉골레를 주문한다. 발리는 전체적으로 닭고기가 부드럽지 않아서 바비큐는 평균이었는데 봉골레가 아주 떰접(Thumbs up)이다. 디제잉부스 앞에 앉아 수영복 입고 봉골레를 흡입하며 둠칫둠칫하는 나. 주3 클럽 출석하던 짬을 살려 호로리 흔들어 재끼고 싶었으나. 동양인이 우리뿐인지라 필시 어디선가 응원의 박수갈채가 터져나오리라. 포기하자.

 

 

언니 날 가져요

 


#. 조용한 숙소에서 밤수영 즐기기
라 브리사보다 오히려 재미있고 맛있었던 Cabanon에서 나와 숙소 수영장으로 직행한다. 아아… 파도에게 밟히던 멸치 한 마리는 어디가고 수영장에서 유유히 떠다니자니 이곳이 명당이로세…🕊 바다가 코앞인데 뭐하러 비싼 풀빌라에 머무나 의아했던 나는 그렇게 파도의 타작질 후에 정답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