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덕후, 로비나에서 잠들다🪦 (12~14일차/낀따마니,로비나,멘장안)

2022. 4. 7. 21:25Think, 상/Digital Normad in Bali

요약
1. 바투르 일출 정복 대실패
2. 대신 바투르가 한눈에 보이는 AKASA cafe에서 브런치 때리기
3. Toya Devasya에서 온천 수영
4. 로비나 스노쿨링
5. 멘장안 스노쿨링
6. 집사가 될 뻔했다
7. 자카르타 친구들과 웬 조지아 음식 먹고 실망하기
8. 로비나 플랑크톤 야간보트투어
9. 로비나 돌고래랑 수영하기💗
10. 짱구 도착 후 혼절


#. 바투르 일출 정복 대실패
그래. 실패했다. 일출은 무슨 차 안에서 호달달 떨며 2시간 넘게 찌그러져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원래는 바투르 일출은 따로 투어를 신청해 즐기고, 이날은 멘장안으로 바로 갈 생각이었는데 멘장안까지 가기 위해선 600~800k나 주고 택시를 타야한단다. 더 싼 방법이 없을까 싶어 클룩을 뒤졌더니 12시간 일일 자유 차량투어 상품을 이용하면 5.5만 원에 멘장안까지 갈 수 있고, 가는 길에 바투르든 어디든 자유롭게 들릴 수 있다고 하는게 아닌가! 가격이 너무 싸서 ‘일출 시간에 맞춰 출발 가능한지’ ‘바투르 정상까지 차 타고 오를 수 있는지’ ‘로비나도 들려주는지’ 꼼꼼히 문의했는데, 답변은 에브리띵 이즈 오케이! 스에상에 이거슨 신이 점지한 인연이다 냉큼 예약을 하고 다음날 새벽 2시에 악을 쓰고 기상 후 드디어 차량에 탑승했는데…

기사림 : 하하 바투르를 차로 어떻게 오르니?

? 제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네 에이전시가 된다고 했잖아…? by car를 쌍따옴표까지 붙여서 강조했잖아…? 기사님은 분명 우리의 투어 일정을 에이전시로부터 공유 받으셨을텐데, 아무래도 바투르 입구에서 내려주면 다른 에이전시에 쪼인해 우리끼리 트래킹을 하고 오는 걸로 이해하신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바투르 산에 도착하면 에이전시 찾아서 쪼인이라도 해보자 낙천성을 끌어올려보지만

기사림 : 하하 에이전시는 여기 없단다

트래킹 에이전시는 보통 꾸따에 몰려있고, 꾸따에서 출발해 스미냑 우붓 등 주요 도시를 들러 픽업해 바투르로 집결하는 형태란다. 눈물을 머금고 기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카페에서 일출을 보기로 하는데, 문제는 카페 오픈 시간이 6시. 현재는 4시. 설상가상 카메라에 아무것도 안 찍힐 정도로 안개가 자욱해서 일출은 이미 글렀단다. 이래서 날씨 확인하고 와야하는구나… 해탈하자. 바투르와 나는 인연이 아닌게야. 차에 처박혀 잠이나 자자.

 

안개낀 바투르 산 = 산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 AKASA cafe에서 바투르 전경 즐기기
쪽잠자고 일어나 기사림이 일출카페로 추천해준 AKASA cafe에 간다. 설악산 매점 느낌일 줄 알았는데 메뉴와 인테리어가 상당히 힙하다. 그치만 맛은... 응 그냥 그랬다.

 

 

기사림의 취향을 왜곡한 나의 선입견을 반성하며 여유로운 아침을 즐긴다. 밀린 일기도 쓰고 트위터도 하다보니 한순간 구름이 걷히며 바투르산이 보였다. 순간 CG인가 흠칫할 정도로 산의 멋짐이 보통이 아니다.

 

을매나 추운지 양말을 꺼내 신었다

 

나무로 뒤덮인 우리나라의 산과 달리 화산재로 덮힌 크레이터 형태였는데 정상에 오르는 길이 매우 이색적일 듯 했다. 이러면 정상 놓친 게 너무 아쉬워지잖아! 혹시나 해서 카페 직원에게 물어보니 바투르 산은 지프차 아니면 차량으로 오를 수가 없단다. 내심 기사림이 귀찮아서 우리한테 뻥친 건 아닐까 의심했던 마음이 사그라든다. 그치만 에이전시의 트롤링은 못 참지. 리뷰로 조사주마. 기다려라. (그리고 마음 약해져서 못 조사는 타입)

 

마음이 약한 그녀는 악성 리뷰 대신 파노라믹 뷰를 남깁니다


#. Toya Devasya에서 온천물에 수영하기
바투르 산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호수물을 사용하는 것인지 하여튼 호수 옆에 두 개의 온천이 딱 붙어있다. 그중 시설이 더 크다는 Toya Devasya를 선택. 뷰는 말해뭐해싶게 멋졌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점잖은 온천(?)이 아니라 워터파크식이라 살짝 당황스럽다. 나는 뜨끈히 몸을 지지고 싶은 30대란 말야. 더군다나 이게 온천물이라 그런 건지 그냥 풀관리를 안 하는 건지 바닥이 미끄럽고 물에 부유물이 많아 찝찝하다. 근데 그렇다는 사람 치고는 2시간이나 수영하고, 애들도 안 타는 슬라이드에 환장하고 있는 나는 참 귀엽다. 하늘은 귀여운 나를 가만 둘 수 없었는지 별안간 폭우를 퍼부었지만 그 속에서 티켓에 포함된 프리푸드까지 해치우는 나는 정말 귀엽다.

 

한결같이 수평 안 맞는 내 사진



#. 로비나 도착하자마자 스노쿨링 때리기
온천 후 폭우를 뚫고 로비나에 도착했다. 약속한 12시간을 딱 맞추다니 역시 기사림 짬바 대단하다. 딱히 살갑진 않으셨지만 이런저런 돌발요청에도 쿨하게 응해주셨던 기사님께 팁으로 50k를 드렸다. 그리고 황급히 미리 연락해둔 보트 사장님과 만나 스노쿨링 스팟으로 이동!…하는데 생각보다 배가… 배가…

구글에서 찾은 가장 흡사한 디자인



웬 유치원에서 만든 수수깡배가 있죠…? 두드려보니 다행히 수수깡은 아니고 철깡이었다만 구명조끼를 꼭 쥐고 탔다. 다행히도 스팟은 가깝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스노쿨링이라 과연 입수나 할 수 있을까 떨었지만 결론은 짝꿍보다 더 오래 놀았다. 멘장안 스노쿨링 제대로 하려고 연습한 거였는데 로비나부터 제대로 즐겨버리기! 사진은 못 찍었지만 맑은 쪽빛 물에 예쁜 물고기들이 너무 많아 무서운지도 모르겠더라. 하는 순간 등장하신 이 분.

안녕?


해파리… 누가 코푼 것처럼 생긴 주제에 스치기만 해도 찌릿한 이 구역의 힘순찐… 심지어 몰려다니며 집단 린치를 가한다. 물고기에 정신팔려 있다가 고개들면 해파리 한 무더기가 이미 눈앞에 다가와있는데 그땐 그냥 키보드에서 손 떼는 거다. GG…

발리 쉽계명💡
- 로비나 스노쿨링 스팟에는 미니 해파리가 무지 많다. 긴팔 긴바지를 필히 입자.


#.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멘장안 스노쿨링
머나먼 여정의 최종 보스. 멘장안 스노쿨링! 전날밤의 로비나 스노쿨링보다 멘장안이 최고라고 무려 로비나 현지인에게 들었기 때문에 두근콩닥! 아침 일찍 픽업 차량을 타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다른 투어객들을 기다리느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헉… 어리둥절해보이는 아기고양이 발견! 처음엔 경계하더니 금새 고롱고롱 찰떡개냥이가 되어버리다니요오오 내 슴장 지키도😫 이 아이는 도저히 가벼이 언급하고 지나갈 수 없어 이 다음 챕터에서 따로 소개하겠다. 다시 돌아와서, 손님들이 모두 집결해 보트에 올랐다. 선장님 OOTD가 류승범의 리즈시절 보는 느낌이라 이곳에 계실 분이 아닌데 하는 안물안궁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맹그로브 나무가 가득한 멘장안 섬이 보인다. 맹그로브 나무는 뿌리를 물에 담그고 있었는데, 섬에서 수많은 팔이 달려서 바다 위를 기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딜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왜 가려는지는 알 법했는데, 밀려오는 쓰레기들을 피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멘장안의 바다는 로비나에서 보지 못한 쓰레기가 많다면 많을 정도로 떠다녔고 산호는 숨을 잃었다. 로비나보다 깊고 지형이 급변해서 우주를 헤엄치는 기분이 황홀했지만 계속해서 보이는 쓰레기에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에 로비나 사람에게 들어보니 ‘자바 섬에서 버린 쓰레기들’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본섬의 사람들은 발리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산의 삶은 바다의 삶에 관심이 없어 쓰레기를 버려댄다며 한탄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중력의 법칙은 영원히 뒤집어지지 못하려나? 우리들의 머릿속에서라도 뒤집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가이드를 따라 쪽빛 세상을 헤엄치는 경험을 오랫동안 기억할 테지만, 쓰레기의 잔상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런치 타임이 되어서야 꺼내들은 핸드폰

 

#. 간택이란 이렇게 받는 거구나
멘장안 보트타기 전 매점 앞에서 안아준 아기고양이. 오늘 아침에 누군가 슈퍼 앞에 버리고 갔다고. 발리인들은 전반적으로 고양이를 반려의 존재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인데,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때꾹지 잔뜩 묻히고 여기저기 영역표시하는 개를 집집마다 키우는 이곳에서 고양이가 더러운 존재라니…? 그래 이 또한 문화의 일부라고 치고 그것까지는 이해하겠다만 유기는 마음이 아픈 걸. 냥이는 이 더운 날씨에도 엄마 품이 그리웠던건지 뜨뜻한 내 허벅지 위에서 쉴 새 없이 고로롱 거리고 내 얼굴로 앞발을 뻗어댔다. 천진난만하게 애처로운 작은 눈을 외면할 수 없어 드라이버에게 10분만, 5분만 더 기다려달라 하고는 냥이를 안아주었다.

 

 

현지분들은 데리고 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냥이를 위해서다. 살아있는 동물은 검역 통과가 안 되기에 언젠가는 냥이를 두고 한국으로 떠나야 하는데, 버려지는 아픔을 아가에게 또다시 안겨주긴 싫다. 나는 얼마간 이 아이를 그리워하고 데려오지 않은 선택을 후회하겠지만 그것은 나의 몫. 아기냥이야, 너는 오가는 여행자들에게 예쁨 받으며 이곳을 너의 보금자리로 만들도록 하렴! 너의 사랑스러움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 자카르타 친구들과 웬 조지아 음식을 먹었는데 다신 안 먹고 싶은 그런 맛이고
멘장안 스노쿨링 하다가 친해진 수진과 마리아. 자카르타에서 온 친구들인데 같이 저녁을 먹자며 우리를 어느 조지아 요리 전문점으로 이끈다. 보트에서 젊은 남녀가 말 없이 각자 핸드폰만 보는 게 식은 커플인 줄 알았더니 본인들도 2주 전에 여행하다 만난 급친구(?)란다. 썸이라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얘기하면 할 수록 수진은 되려 내 짝꿍에 더 관심이 있는 느낌이다. 계속 뭔가 같이 하자며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수진에게 기쁘게 화답한다. 고마워 수진, 근데 이 맛대가리 없는 식당은 도대체 왜 오자고 한 거야? (알고보니 범인은 마리아였다.)

#. 반전에 반전이 있는 플랑크톤 야간보트투어
조지아 요리로 돈을 날리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수진의 제안으로 밤에만 할 수 있다는 플랑크톤 투어를 하기로 했다. 인당 100k.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처럼 반딧불 머금은 밤바다를 보는건가? 두근거리며 보트를 타고 밤바다 한가운데 도착했는데 수진이 우리 싫어하니? 빛나긴 하는데 그게 내가 발로 낑낑대며 물살을 휘저어야만 플랑크톤이 빛나는 완전 수동형 투어였다. 잘못 저었다간 그대로 입수… 해탈한 심정으로 멍이나 때리려는데… 응? 빛나는 밤바다는 하늘에 있었다. 누가 별 포대기를 엎지른 것처럼 한가득 흩뿌려져 있는 별들. 기대하던 플랑크톤의 반짝임은 아니지만 밤바다 한 가운데서 둥실둥실 만끽하는 별빛도 충분히 괜찮네. 수진 체고!

#. 로비나 돌고래랑 수영하기
3일 투어의 하이라이트가 다가왔다. 수진네와 함께한 덕에 현지인 가격인 75k에 돌고래를 보러가게 되었다. 스노쿨링 할 때보다 훨씬 더 먼 새벽바다로 나아갔는데 잠잠하던 수면 위로 매끈한 잿빛 물체가 순간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돌고래 떼다. 그것도 돌고래 아니고 돌고래 ‘떼’! 50마리~100마리는 기본적으로 볼 수 있다는 요트 사장님의 멘트는 허언이 아니었어.

 

동영상 업로드 외않되ㅜㅜㅜㅜ

 

넋나간 나에게 사장님은 같이 수영도 할 수 있다며 스노쿨링과 구명조끼를 건네준다. 아니 돌고래가 어디 멈춰있는게 아니라 요기번쩍 죠기번쩍하는데 어떻게 수영을 하지 했는데, 수영이 아니라 달리는 요트에 매달려서 돌고래를 쫓아가는 거였다. 그것도 돌고래의 속도에 맞춰 전속력으로…!!!(공포) 미친 물살에 목숨 관리하느라 아래쪽으로만 고개를 고정하고 있었는데 어제 못 본 별빛바다가 요기잉네? 플랑크톤들이 푸르게 반짝이는 별길을 만들어준다. 그치만 돌고래도 안 보이고 팔에 힘이 빠져 그만하겠다고 GG를 선언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의 사장님.

“너 주위가 온통 돌고래였는데 못 봤다고?”

뭐요???? 알고보니 나의 고개 방향이 문제였다. 돌고래는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앞 옆 밑으로 오가는데 나는 무서운 마음에 아래만 봤고, 그 사이 돌고래들이 앞 옆에서 헤엄쳤던 것. 안 돼!! 마이 프레셔스들 보고야 말 거야!! 얼마 안 남은 팔힘으로 다시 매달려보기로 한다. 고개를 고정하지 않고 돌리자 마스크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덩달아 공포심도 커지던 그 순간. 돌고래다. 내 아래 쪽에서 한 무리가 불현듯 나타나 함께 헤엄치고 있다. 작은 새끼들과 서로 몸을 비비며 바다를 내달리는 다정한 모습. 금새 사라진 그들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또다른 돌고래 떼가 수시로 함께 헤엄치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살아있길 잘했구나. 마스크 안으로 눈물이 찔끔 차오른다. 요트에 올라온 초딩이 외친다.

“아임 해삐!!! 쏘 해삐!!!”

 

동영상 업로드가 안 되는 거냐구 왜!!!

 

그후로도 사장님은 입수를 원없이 시켜주었고, 사람을 좋아한다는 다정한 돌고래들 덕에 나는 물 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돌고래와 원없이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똥 싸며 내지르는 돌고래도 보았다. 내 옆으로 선명히 새겨지던 갈색 물길은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누군가 멘장안 스노쿨링과 로비나 돌고래 와칭 중에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돌고래다. 무조건이다. 긴 말 안 한다. 무조건!

발리 쉽계명💡
- 스노쿨링 고글은 보통 풀마스크와 하프마스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풀마스크는 대부분 이마 쪽으로 물이 계속 들어오므로 하프마스크를 추천한다.

막간 광고타임💡

- 발리 정보 카페에도 올렸는데, 혹시 필요한 분들을 위해 요트 사장님의 번호를 공유한다.
- Whatsapp/Call : +62 813 3849 0820 (Paskal 사장님)
- 모든 면에서 좋은 분이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자에게 좋은 추억을 쌓게 해주려고 적극 나서시는 면이 몹시 좋았다.
- 다만 외국인 금액(100k)을 부르실 수도 있는데 ‘한국 친구에게 추천 받아서 연락 한 건데, 현지인 가격(75k)에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것도 방법. 그래봤자 2500원 차이인데 그냥 기분 좋게 100k에 하는 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