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지의 마지막 밤 (28일차/트라왕안,메노)

2022. 5. 6. 22:18Think, 상/Digital Normad in Bali

요약
1. 자낳괴가 50은 말아먹은 Meno 스노쿨링 투어
2. 이거 맞아? Ekajaya 보트 체크인
3. 아프지마 도토 아일라 👼🏻
4. 해먹, 모닥불, 레게 공연까지 없는게 뭐냐구. The Exile
5. 준표 젤라또
6. 길먐미들과 마지막 츄르 파티

 

 

#. 자낳괴가 50은 말아먹은 Meno 스노쿨링 투어
원래는 아침 9시에 구명조끼 대여해주는 아저씨와 만나 거북이 구경을 하기로 했었지만, 오늘도 풍랑이 거세다. 혹시나 싶어 투어 보트는 뜨냐니까, 뜬단다. 옳거니! 메노 섬까지 도는 프라이빗보트를 타기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아저씨 삼촌이 배를 스틸하셨대서 또다시 쉐어보트를 타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일기에서 '원래 ~하려고 했었는데'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 같은데, 거의 '발리하다'랑 동의어인 듯. 날씨와 삼촌 때문에 변수가 많다.

 

투어 업체에 도착하자마자 또 다른 변수가 생기는데, 다른 손님들에겐 받지 않은 오리발 대여비를 우리에게만 받은 것이다. 배에 타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서초동의 미친 자낳괴이므로 내 만 원을 스틸한 이 업체를 조질 생각에 불타올랐다. 난생처음 바다 잠영에 성공해 저 밑에 가라앉은 동상을 만졌을 때도, 블루 코랄을 발견했을 때도, 메노 섬에서 밥 세 접시를 비울 때도 '끝나고 보자' 이 마인드로 온전히 즐기지 못했는데. 오잉? 너무 순순히 돌려주는 게 아닌가. 예약 형태가 각각 다른데(=부르는 게 값인데) 자기들이 착각했단다. 심지어 만 원이 아니라 천 원이었어...? 잘못 알아들은 나는 손쉽게 돌려받을 혹은 돌려받지 못한데도 내 멘탈을 위해 넘겨야 할 천 원을 갖고 혼자 4시간을 끓은 것이다. 설령 만 원이었어도 행복한 4시간이 훨씬 더 값어치 있는데도. 정말이지 나는 왜이리 쉽게 분노에 빠지는지 짜증이 나! 이 에너지를 차라리 쉬고 있는 대왕거북이를 만지고 괴롭힌 여행객들을 말리는 데 쓸 걸 그랬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꼬북선생님.

 

 

#. 이거 맞아? Ekajaya 보트 체크인하기
투어 보트 타러 가는 길에 Ekajaya 사무실이 있길래 들렀다. 결항, 연착, 오버부킹, 불친절 등 살벌한 리뷰들에 동공지진 진도 9.0까지 났었는데 너무 순조로워... 불안해... 이거 맞아? 딱 하나, 보트 티켓은 내일 선착장 어디 가서 받으라는데 그 어디가 어디인지...? 엄마한테 고춧가루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처럼 거기있어 아니 저기 말고 거기라고 설명하는데 영 불안하다. 선착장 앞 장사꾼들에게 물어보니 선착장 안쪽 오피스에서 받으면 된단다. 가보니 아까 거기거기하던 직원이 요기잉네? 어차피 올 거면 저희 데리고 와주지 그랬어요... 

 

 

#. 아프지마 도토 아일라 👼🏻
아일라가 늘 나를 찾아와주었듯, 이번에는 내가 아일라 아빠가 일하는 Q' Pelagos Sunset Bar를 찾았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서다. 아일라는 열이 나서 자고 있었는데 찾아와준 내가 반가웠는지 아일라 엄마가 애를 데리고 나온다. 콜라달라 칭얼거리다가 벡...벡터맨인가? 뭐 그런 유튜브 영상 틀어주니 금새 얌전해지는 아일라. 짜아식, 애는 애구만. 아일라가 입에 넣어주는 프링글스를 안주삼아, 엄마의 바디랭귀지와 삼촌의 어색 영어를 건배삼아 맥주를 마신다. 뭔가 팔아주고 싶은데 요리는 안 된대서 연신 맥주를 시키던 나. 는 술찌이므로 두 병째에 GG하고 아일라에게는 콜라를, 엄마께는 잔돈을 드리고 작별한다. 수(내 영어이름) 머지않아 또 올게. 건강해라!

 

 

#. 해먹, 모닥불, 레게 공연까지 없는게 뭐냐구. The Exile
삼발감튀를 잊지 못 해 다시 찾은 망명지. 아일라네서 들고 온 맥주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 시켜서 비우니 취기가 알알하다. 해먹타고 둥가둥가하다보니 사장님 보디(이름임)가 모닥불을 피운다. 그 뒤로 북을 하나씩 들고 자리 잡는 스탭들. 백인 아저씨 손님 한명도 합류하더니 공연을 시작한다. 시간이 늦어 손님이 몇 없는지라 심심할 법도 한 데 실은 자기만족형 공연인 듯 흥이 잔뜩 오른 스탭들. 한 명은 연주 도중 두 팔로 레게식 웨이브를 선보이는데 그게 참 멋있는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제 2의 자아를 찾은 듯 가족들까지 보내고 공연에 심취한 백인 아쟈씨. 사장님에게 자리를 뺏겼음에도 집에 갈 생각 안 하고 연신 뒤에서 허공북치기를 해댄다. 다른 백인 아저씨들은 아마도 환각버섯을 들이켰는지 의자에 누워 허우적대는 중. 시끄럽게 차분하고, 위험하게 평화로운 광경.

 

 

 

 

#. 준표 젤라또
I've kept my words! 약속 지켰습니다. 술 깨기용 젤라또 두 스쿱 들이키기. 한 스쿱은 역시 아쉬웠어. 두 스쿱이 최고야!

 

 

#. 길먐미들과 마지막 츄르 파티
고먐미 섬이니까, 마지막 밤은 고먐미들과 함께. 오늘 보호소 문 닫기 전 극적으로 산 츄르가 빛을 발한다. 애기 가진 검먐미 한 입, 다리 잃은 아구스 한 입, 냅다 물어버리는 치즈먐미 한 입, 골골오르골 뚱먐미 한 입. 사랑받고, 건강해라.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