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란? 나만의 정의를 찾는 방법

2023. 2. 26. 19:09Work, 일/All That Brand

마케팅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면접에서 심심찮게 듣게 되는 고전 질문.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답을 제시해야 할 것만 같은 이 질문은 특히 면접의 대미를 장식하는 타이밍에 자주 출몰한다. 필자는 신입보다 경력직이 오히려 더 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입은 그간 수업이나 강연에서 주구장창 들은 필립 코틀러나 세스 고딘 같은 마케팅 구루들의 고견, 그리고 거기에 뭔들 용납되게 만드는 마법의 열정열정 한 방울 떨어뜨리면 어떻게든 답할 수 있을 테다. 그러나 경력직은 평가의 잣대가 더욱 날카로운 법. 남의 경험과 말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답해야 한다. 경력에 기반한 인사이트가 한 꼬집이라도 묻은 답이 필요한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대답은 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

 

이미 실무를 하고 있는 경력직에게는 탁상공론같은 질문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개발이 상품 만들면 마케팅은 고객 만드는 거죠'라고 심플하게 답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쉽게 답하지 않고 생각과 단어를 고르고 골라 자신만의 대답을 꺼내놓은 마케터들에게 끌린다. 마케팅의 핵심 중 하나는 '차별화'다. 그만큼 자신만의 차별화된 답변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마케터로서 핵심 역량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직군을 불문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매력적으로 설명할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진중하게, 주도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인물임을 암시하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요즘 들어 더 확고해지고 있다. 2000년 대 이전에 비해 오늘 날의 마케팅은 상당히 광의적인 단어가 되었다. 같은 마케팅 부서 안에도 브랜드 마케터, 서비스 마케터, 프로덕트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B2B 마케터 등 기업의 업태나 규모, 목표, 환경에 따라 포지션 타이틀과 세부 업무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 말인 즉슨 위 질문에 답을 잘할 수 있는 마케터라면, 현재 본인이 속한 산업군 혹은 조직의 사업적 목표가 무엇인지, 이 목표를 위해 마케팅을 어떤 툴로서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론적이나 포괄적인 의미로서만 두리뭉술하게 마케팅을 대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세부 업무에 기반한 답일 수록 설득력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B2B 브랜드 마케터 분은 마케팅을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으로 설명했다. 사용하는 언어와 당면한 문제가 다른 두 집단(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양측의 솔루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결국에는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것이 현 조직 내에서 B2B 마케터의 핵심 역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돈을 버는 것이 마케팅의 최종 쓸모이겠으나 그건 사실 마케팅 부서 뿐만 아닌 모든 구성원의 목표이자 역할이다. 여기서 한 뎁스를 더 파고 들어간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정의는 B2B 마케터가 마케팅의 쓸모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아닌 '본인'이 세부적으로 어떤 목표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발휘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보되 뎁스를 한 단계 더 들어가 기업의 '업태'까지 고려해보자면, 금융사 콘텐츠 마케터는 앞선 B2B 마케터와 전혀 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을 테다. 금융 시장의 가장 큰 목표가 '슈퍼앱 화'와 '잘파세대(Z+알파 세대) 고객 확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금융사 콘텐츠 마케터에게 마케팅이란, 기존의 딱딱하고 복잡한 정보를 쉽게 가공 후 잘파에게 전달함으로써 자산 관리를 주도하는 평균 나이대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마케터라면 '마케팅이란?' 질문에 할 말이 넘쳐야 합니다

 

마케팅 부서는 예산을 쥐고 집행하는 부서다. 즉, '돈을 쓰는 부서'다. 그러므로 어느 곳보다도 마케팅 부서는 사업 부서와 같은 레벨의 시선으로 조직의 성장을 조망해야 한다. 마케팅이 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세부적으로 정의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서 말했듯 '마케팅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심하고 정성 들여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는 마케터들을 존중하고, 또 존경한다. 직접 실무를 하면서 내린 답이라면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본인의 답을 갖고 있는 그들을 필자는 이 사회의 톱니바퀴로 취급되는 '직장인'이 아니라, 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사회를 끌어가는 '직업인'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 '직업인'으로서 어떤 대답이든 만들어 봅시다!

 

 

 


📍참고 자료
- 도서) 서상열 <인사이트 & 이니셔티브>
- 블로그) 교육회사, 그리고 브랜딩 <Brand Marketer=Facilit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