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UX라이터 면접기

2022. 5. 10. 17:40Work, 일/UX Writing

털리다
= 말하는 감자가 과제 통과하고 멋부리다가 면접에서 감자가루가 되는 일, 또는 그런 것

 

내 생애 최고로 털린 면접이었다. 압박면접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전문용어 섞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아이 백 유어 파든을 반복하는 슬픈 면접이었을 뿐이다. UI/UX 기본지식도 없으면서 면접을 본 패기라이터의 최후였다. 아직도 생각난다. 길기는 또 엄청 길었던 면접 막바지. 노트북 화면에 아련히 비치던 내 표정.

 

진짜 이랬다

 

당사자조차 한 치의 의심이 없을 정도로 탈락해 마땅한 면접이었다. 카피라이팅도 UX라이팅도 전략적 글쓰기라는 토대는 같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전제 하에) 과제 결과물은 얼추 비슷하게 '흉내'낼 수는 있었지만, 그 결과물을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필요한 백그라운드 지식과 언어는 명백히 다름을 깨닳았던 면접이다. 아쉬웠지만 '난 반드시 이 길을 가고야 말겠어'만큼의 마음을 갖고 임한 것은 아니었고, 다른 영역의 흥미로운 제안들이 찾아왔기에 아쉽지만 유엑스라이팅은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렇게 UX와는 관련 없는 두 번째 직장을 거쳐, 2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유엑스라이팅을 공부해볼 계획이다. 두 번째 직장 생활을 이어오면서도, 심지어 관심있던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면서도 UX라이팅에 대한 흥미는 내 안에 잔류하고 있었다. 과제하면서 느꼈던 재미를 되새김질하며 언젠가 내 스킬로 만들리라 흥얼거리던 나는 현재의 두 번째 퇴사를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때보다 물질적, 정신적 리소스는 넉넉하지만 막상 결과는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전직하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제안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익혀두면 좋을 스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앱 서비스의 카피라이터/마케터/기획자에게 UX라이팅 스킬은 점차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있음은 분명해보인다. 또 혹시 아는가? 이러다 심심한 개발자 친구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앱을 만들어볼지도 모르잖아? 요즘 내 일상의 모토, 잡스의 'connecting the dot : 인생은 점 잇기'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