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꼬북선생님🐢🏊‍♀️🏊‍♂️, 트라왕안 터틀 포인트, 자전거 산책, 노을 (21~24일차/트라왕안)

2022. 5. 5. 14:32Think, 상/Digital Normad in Bali

요약
1. 관광객 사냥터 Padang Bai에서 배타고 Gili Trawangan으로
2. 마차타고 도착한 Zali Resort는 밥맛이 미쳤다
3. Cats of Gili에서 츄르 사기
4. East Turtle Point에서 만난 나의 꼬북선생님
5.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6. The Exile에서 만난 콜라완댜님
7. 츄르, 고먐미, 성공적.
8. 백사장에 앉아 바다 그리기
9. 노을 깔리는 서쪽 바다에서 스노쿨링 실패하기

 


#. 관광객 사냥터 Padang Bai에서 배타고 Gili Trawangan으로
이틀 앞당겨 길리로 떠난다. 짱구는 번잡한데 심심하며, 이미 내버린 숙소값보다 시간이 더 아까우므로. 마이리얼트립에서 픽업 포함된 Ekajawa 배편을 예약했는데 개인 차량이 아니라 셔틀 버스 픽업이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기름냄새 나는 버스가 참 구리네 생각하다 꿀잠자버렸고(머쓱) 1시간 쯤 걸려서 도착한 사무실은 이미 인산인해. 어찌저찌 티켓팅을 하고 선착장으로 캐리어를 끄는데 이야… 짐 들어준다고 난리, 과일 사라고 난리, 물 안 사냐고 난리, 저렙존 사냥터의 퀘스트 몹이 된 느낌이다. 모두가 날 원해.

 

 

생각보다 깨끗했던 배 내부

 

 

용케 살아남아 오른 배는 도통 출발할 생각이 없는데, 배가 꽉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간단다. 거의 한시간 반을 기다려서야 출발하는 배를 보고 한숨 자려고 하니 아니 화장실은 또 왜이리들 많이 가시나요? 거 2시간 걸리는 길에 그렇게 맥주들을 부어대시면 쉬가 마려워요 안 마려워요!!! 멀미는 없었으나 쉬객들 때문에 영 편치 않다…

 

발리 쉽계명💡
- 만약 Ekajaya를 이용한다면, 빠당바이에 도착해서는 Ekajaya 직원 말고는 보지도 듣지도 말자.
- 직원은 등과 가슴팍에 Ekajaya라고 써진 카라티를 입고 있다.
- 탑승객 수와 날씨에 따라 배 출항시간이 매우 유동적이니 타이트한 일정은 절대 금물.
- 배 좌석은 앞, 중간, 뒤 중 중간이 가장 시원하고 덜 시끄럽다. 뒤는 화장실이 있어 시끄럽고, 앞은 직원들이 있어 시끄럽다.

 


#. 마차타고 도착한 Zali Resort는 밥맛이 미쳤다
트라왕안에 내리니 마차가 줄을 섰다. 말을 노동시키고 싶지 않지만 짐이 너무 많아 10만 루피아를 주고 탑승. 얼마 안 가 도착한 잘리는 생각보다 아담하다. 스텝들도 어디 동네 마실 나온 청년들이 어기적 어기적 돌아다니는 느낌…? 응대도 느리고 방은 에어콘이 고장나서 새 방으로 다시 이사해야 한다. 밥 맛있대서 여기 왔는데 밥까지 맛없으면 진짜 가만안도 씩씩거리며 밥을 시키는데, 아니 이 비주얼은?? 아니 이 맛은?????? 대박이다. 조상신이 잘리를 점지해주셨구나. 먹으면서 다음엔 뭐 먹지 할 정도로 맛있다. 잘리 가시는 분들, 모든 메뉴 한번씩 다 잡수시고요 그린 커리 with Beef는 다섯 번 드세요. 꼭이요.

 


#. Cats of Gili
잘리에서 자전거를 빌려 터틀포인트로 향한다. 잘리에서 동쪽 터틀포인트까지 자전거 타고 1분? 아주 가까운데, 가는 길에 고양이 보호소(?)가 있다. 엄마 없는 새끼고양이가 주로 이곳으로 온다는 여사장님. 발리에서도 못 본 츄르를 여기서 팔다니, 진짜 고먐미 천국이 맞구나! 냉큼 하나 사서 보호 중인 아기냥이에게 먹이니 골골대며 잘 먹는다. 으으으 로비나에 두고 온 새끼먐미가 생각나… 길리로 올 줄 알았다면 로비나에서 데려올 걸. 여기에서 더 행복했을텐데 흑흑. 잘 지내니 먐미야! 너가 예쁨 받고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의 친구들을 예뻐해볼게!

 


#. East Turtle Point에서 만난 나의 꼬북선생님
삐꼬삐꼬 자전거 타고 도착한 터틀 포인트. 블로그에서 봤던대로 한 현지인이 서양언니를 상대로 거북이를 찾아준다 영업 중. 뒤에서 몰래 지켜보니 거북이가 숨 쉬러 수면 위로 고개 빼꼼하는 순간을 쫓아가는 것 같다. 오 쉽네하고 흉내내보는데 오잉... 각막의 문제였던 것인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물에 머리를 넣으니 물고기들이 너무 많다. 멘장안보다 많은 것 같아! 그리고 한 10분 헤엄쳤나? 갑자기 눈 앞을 지나가는 등딱지. 거북이다!!!! Young한 녀석인지 닝겐을 경계하는 기색. 좀 지켜보다 손을 뻗자 그대로 달아나버린다. 그리고 또 조금 지나자 또 지나가는 등딱지. 거대하다. 어르신인지 하등한 인간따위 괴념치 않고 진지를 드신다. 손 대지 않고 가만히 따라다니니, 본인 등 바로 위에서 파닥거려도 냅둔다.

 

 

 

 

파도 치는 와중에 어떻게 식사를 하시나 팔다리 움직임을 따라하다보니 어느새 나 역시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된다. 멋지다! 그렇게 헤엄을 전수하다 노을의 끝물이 되어서야 하산하시는 나의 꼬북 선생님. 너는 아마도 내 인생 최고의 선생님 중 하나일 거야!

 

 

#.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멋진 어제를 보내고 홀로 맞이하는 오늘. 짝꿍은 일이 밀려 숙소콕 예정이므로, 나는 삐꼬 자전거를 타고 섬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한다. 호객 살벌한 동쪽 번화가를 지나니 제주도를 닮은 남쪽이 나온다. 한적하다. 햇볕과 녹음 아래를 지나며 콜미바이유어네임 OST 'Mystery of Love'를 들으니 몽글뭉클. 오래 기억할 것 같다.

 

 

#. The Exile에서 만난 콜라완댜님
서쪽에 오니 선셋을 볼 수 있는 펍과 카페가 즐비하다. 즐비는 한데 사람이 없다. 뻘쭘한 와중 어딜갈까 둘러보는데 해먹이 눈에 띈다. The Exile, '망명'이라는 멋스러운 펍. 레게 감성 오를대로 오른 사장님과 맥주 한잔하며 해먹에 누워있으니 한국이고 이직이고 모르겠다. 이 집 닉값한다.

 

 

 

 

이 섬 사람들은 레게와 밥 말리를 아주 좋아한다, 대마도 좋아한다, 환각버섯 좋아하냐 위험한 토크를 이어가던 와중 순수한 생명체가 등장한다. 곤듀님인 줄 알았는데 완댜님이었던 그의 이름은 아일라. 1.5리터 콜라를 어깨에 이고 다니는 그는 내 손등에 뽀뽀도 해주고 머리에 꽂도 꽃아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스윗한 남자다. 위험한 떡잎이구만. 딸내미들 여럿 휘어잡겄어. 나도 벌써 1시간 째 매여있는 중. 쿨하기는 또 얼마나 쿨하냐면, 보통 어린 아이들은 '이제 그만 놀자~'하면 뿌애애앵!!! 시전인데 아일라는 콜라 척 어깨에 이더니 "빠빠." 하고 뒷통수로 인사한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유딩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빠 멋져요.

 

 

 

 

#. 츄르, 고먐미, 성공적.
길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아일라와 데이트를 마치고 북쪽으로 달려왔는데, 길이 없어졌어요. 모래밭을 자전거로 어떻게 지나가냐구 흑흑. 낑낑대다가 지쳐 잠시 오두막에 몸을 뉘였더니 고먐미들이 모여든다. 길리 고먐미는 선천적으로 꼬리가 짧뚱하다. 한쪽 귀 끝은 조금씩 잘려있는데, 알고보니 중성화했다는 표시라고. 너무 많이 번식해서 주민들이 조치한 거란다. 차라리 목걸이를 매줘요... 아팠겠지만 그만큼 주민들이 이뻐해주고 있지? 질새라 츄르 꺼내들기. 나도 예뻐해줄테다. (효과는 굉장했다)

 

 

짧뚱꼬리 고먐미

 

 

#. 백사장에 앉아 바다 그리기
오두막에서 한참을 고먐미랑 노는데 잡상인이 다가온다. 철벽 가동하려는데 갑분 옆 오두막에 드러눕는 아쟈씨.

"유 노우 신주?"
"쏘리?"
"(한참 있다가) ... 신주, 진주."
"아아 진주! 가릿!"
"(또 한참) ... 두유 원트 브레이슬렛?"
"아...아임 파인ㅎㅎ 노땡큐."
"(또또또 한참) ... 투모로우?"

으쯔르그 즌쯔... 무슨 영업이세요 이건. 쿨함이 정도를 지나쳐 귀찮아보이는 수준의 영업... 갈 때도 말도 없이 가버렸다. 허상이었나. 좀 있으니 잘리 스탭 청년들이 지나간다. 나더러 이제 집에 갈 시간이래. 정겹다 정겨워. 청년들을 쫓아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나가니 텅 빈 백사장이 보인다. 그 너머에 펼쳐진 파스텔톤이 너무 예뻐 아이패드를 꺼낸다. 쓱쓱싹싹. 발그림 완성!

 

 

발그림은 차마 올릴 수 없어 원본 올리기

 

 

#. 노을 깔리는 서쪽 바다에서 스노쿨링 실패하기
숙소에 돌아온 나의 무용담을 들은 짝꿍이 자기도 데려가달란다. 어차피 해질 시간 다 됐으니 서쪽에서 노을을 보며 스노쿨링 때려볼까? 완벽하다. 힘차게 페달을 밟아 다시 The Exile로 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 스탭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사장님 비운의 자영업자인 줄 알았는데 영앤리치였어. 마지막 남은 자리를 냉큼 차지하고 바다에 뛰어들려고 보니 Wow it's 썰물타임-🌟 누가 그랬지 완벽은 허상이라고. 명언이다 증말. 어디선가 뛰쳐나온 아일라와 송사리를 구경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일라와 썰물에서 송사리 사냥

 

 

발리 쉽계명💡
- 길리는 밀물 썰물이 확실하다.
- 동쪽에서 거북이랑 헤엄치려면 물이 들어차있는 오전~이른 오후가 좋다. 단 한낮은 해가 뜨거워서 화상 입을 수 있으니 오전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