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That Brand ① : 공고마저 쉽게 만드는 그들, 토스

2022. 6. 22. 20:42Work, 일/That That Brand

채용 공고를 대충 올리는 기업들이 있다. 다른 기업에서 올린 공고를 티가 나게 복붙하거나,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올렸던 공고를 그대로 재탕하는 등. 그 이유는 대부분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1. "대충 올려도 지원 할 거잖아?" 네임밸류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진 기업이거나,

2. "다들 이렇게 올리잖아?" 채용 브랜딩까지는 여력이 없는 작은 기업이거나,

3. "당신은 뭐든 하게 될 거예요" 직무 막론하고 막 굴린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기업이거나.

 

이해는 가나 공감은 안 간다. 채용 공고는 '0차 면접'과도 같다. 그것도, 지원자가 수많은 회사들을 놓고 평가하는 '역면접'의 자리. 기본 정보와 더불어 회사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동기부여 하는지 성장관리를 해주는지 등 내부 브랜딩까지 파악할 수 있는 중대한 창구인 것이다. 

 

이 점을 아주 잘 활용하는 브랜드가 있다. 나아가 자사가 추구하는 철학까지 여실히 녹여내어 브랜더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공고를 만드는 곳. 토스다.

 

 

토스는 채용에 진심이기로 유명하다. 열렸다 하면 커뮤니티 들썩이게 만드는 채용 보상이 그 대표적 예로 꼽히는데, 개인적인 브랜더의 관점에서 '찐의 찐'을 체험할 수 있는 포인트는 채용 공고다. 그들의 지향점 'Simplicity', 사용자 지향성을 공고에도 십분 녹여내어 지원자로 하여금 뜻밖의 브랜드 경험을 선사한다. 최근 보고 감탄했던 UX Writer의 공고를 예시로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토스의 UX라이터 채용 공고

 

 

쉽고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텍스트

토스 특유의 사용자 친화적 글쓰기로 작성되었다. 당장 토스 앱 내에 '채용' 탭을 만들어서 넣어도 이질감이 전혀 없을 정도로, 서비스와 동일한 보이스 톤앤매너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선택하는 소위 '엄근진 톤'을 버리고 풀어쓰니 정보 전달력이 올라감과 동시에 수많은 공고들 속에서 차별화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지원자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하는 추가 정보들

UX 라이터는 한국에서 이제 막 수요가 늘고 있는 직군이라 경력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동일한 직무 경력이 아니어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반면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이기 힘들 수 있다. '금융권'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금융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존재할 뿐더러, 경력직의 특성 상 직무가 일치하지 않으면 커리어 관리 혹은 지원 리소스 측면을 고려해 패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토스는 이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캐치했다. UX 라이터로 직무를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을 현직자의 코멘트를 통해 강조하면서 난생처음 보는 직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한다. 그 다음 긍정적 인식이 실제 Action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사이를 가로 막는 선입견들-경력 유무, 금융권 선호, 전직장 스펙, 개발 특화 등-을 완화하기 위해 이 선입견을 부정하는 재직자의 스펙을 정량적 통계로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직무 관련 콘텐츠의 북마크를 삽입했다. 이 정보들은 잠재적 지원자로 하여금 고민을 줄이게 하면서, 동시에 토스의 구성원 관리와 브랜드 철학에 대한 진심을 느끼게 해준다.

 

 

토스가 문제 해결 관점에서 이러한 공고 포맷을 만들고 그 포맷에 맞춰 내용 하나하나를 작성해 배포하는 데에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됐을 것이다. 그만큼 구성원을 소중한 자산으로 대하는 훌륭한 회사임과 동시에, 채용 공고 또한 하나의 브랜드 접점으로 관리하는 훌륭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공고의 사용자=잠재적 지원자가 브랜드 철학 '사용자를 위한 Simplicity'를 경험하게 하도록 만들고야 마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사용자와 만나는 모든 상황에서 브랜드를 경험시키고자 노력하는 브랜드. 그리하여 사용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브랜드. 그런 의미에서, 나는 토스가 난데없이 전단지를 뿌린다고 해도 기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