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왕궁에 가면 리정이 있다 (8일차/우붓)

2022. 3. 31. 13:23Think, 상/Digital Normad in Bali

#. Pepito에서 망고를 사 얼음과 갈아마셔 보세요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한 하루.
페피토 마켓에서 산 망고와 바나나를 얼음과 갈아 마셨더니 아침의 질이 달라지는 현상… 참되다 참 돼..

 

페피토의 망고는 질이 좋다


이날은 원래는 짝꿍의 회사 위클리 미팅도 있고 나도 글쓰는 재미를 제대로 복기해야 하기에 아침 일찍 우붓 왕궁을 둘러본 뒤, 우붓 중심가의 그 유명한 Anomali Cafe에서 각자 일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날 Campuhan Ridge Walk와 Bamboo Kitchen에서 논뷰를 보며 일을 해본 바, 시끄럽고 매연 가득한 시내 카페에 박혀있자고? 굳이? 싶었다. (논뷰에 계몽당함)또, 우리 숙소가 눈정화 제대로 되고 빨가벗고 수영도 할 수 있는데 하루쯤은 집콕도 좋겠다 싶어서 이날 오후까지 집에서 일하기로 결정!

 

#. 계곡 대신 풀장에 발 담그고 라면 먹기

밥심이 국력이다. 일하기 전 아점으로 너구리를 끓였다. 국물 때문에 열이 오르던 와중, 수영장에 발 담그고 먹으면 시원허겠다 싶어 해봤더니. 햐.. 참되다니까 내 삶… 계곡에서 라면 끓여먹는 그 느낌 다들 아시죠..? 풀빌라 머무시는 분들은 꼭 한번 해보길 제발

 

앵글 밖에는 너구리 한그릇이 있었지


설거지는 어차피 룸서비스로 해주시니 공손하게 청소를 요청한 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미쳐버린 뷰 때문인가 시나리오가 착착 써지는데 이래서 버지니아 울프가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했나보다. 여유가 생기니 자신감이 붙는다.
짝꿍이 나의 상처에 바를 약과 간식을 공수하러 간 동안, 문득 자연인이 되고 싶은 충동이 들어 웃통 벗고 쭈쭈마개도 없이 요상한 자세로 글을 썼더니 더 잘 써지더라.

 

필력이 상승하는 뷰

 

#. 새소리 들으며 명상하는 요가 센터 Yoga Barn
어느덧 오후 4시 반, Yoga Barn에 명상 수업을 하러 갈 시간이다. 웃통도 벗은 겸 수영 좀 때리고 가자 싶어 입수! 비록 내 탈색모는 해초가 될 지언정 수영 계급은 나날이 진급하는 중. 평영자세로 떠서 숨 쉬고 하늘 구경하는 재주를 익혔다. 신기한게 가라앉을 것 같을 때 들숨하면 가슴이랑 배가 뾰로롱 하고 떠오른단 말이야. 짝꿍은 온도니에 닻이라도 달렸나 바로 침몰하던데 내 체지방이 더 많아서 그런가? 그냥 내가 가벼워서 잘 뜨는건가?

너무 재미있어서 5분만 5분만 이러다가 결국 허둥지둥 Yoga Barn으로 출격했다. 사람은 10명 정도 있었고 강사님은 인도 분이신 것 같았는데, 흑인 빼고 모든 인종이 다 모였다보니 국제단체 같았달까. 그중 백인 할부지가 앙상한 팔다리로 열심히 메모하다가 반 물구나무 급발진하는 걸 보고 순간 누가 강사인지 헷갈려버렸다.

수업은 단순했다. 몇가지 인도 단어?를 명상 음악에 맞춰 큰 소리로 내뱉는데 마치 내가 인간 종이 된 것 마냥 울림통에서 소리를 끌어올려 뱉어야 했다. 단전에 힘=차크라를 모아 몸 전체로 순환시킨 뒤 머리 끝으로 방출하는 코스였다. 비록 영어로 뭐라는지 못 알아듣겠고 다리가 저렸으며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이 둥둥 떠다녔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본토 울림통과 함께 명상하겠어. 집에 가면 유튜브로 명상 음악 틀어놓고 한번 해봐야지.

 

Yoga Barn의 교실, 다른 행성 같아

 

#. 믿고 먹는 발리 커리 맛집 Melting Warung
1시간 수업이 끝나고 후다닥 나와 (명상 효과 바로 무효됐고) 전에 맛있게 먹었던 Melting Warung 재방문!
그때 먹었던 메뉴가 기억이 안 나 그냥 Curry with Pork 시켰는데 10분 만에 순삭할 정도로 맛이 미쳤다. 음식 나올 때 그들의 작은 실수가 있었긴 하지만, 대처도 잘 해줬고 아임쏘리를 20번은 하신 것 같아서 기분 좋게 먹고 나왔다.

 

#. 발리에서 리정을 만나고 싶다면 Ubud Palace Traditional Dance

그리고 투데이즈 하이라이트! 우붓 왕궁의 전통춤 공연을 보러 갔다. 7시 30분 공연이었는데 좀 늦었더니 좋은 자리가 없어서 그냥 맨앞 바닥에 앉아서 직관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고 전통 뭐시기라고 하니께 보고 가야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아니 왜 여기에 리정이 있는건데… 여러가지 컨셉의 무대 중에서 한 어린 여성의 독무가 이어졌는데 표정이며 완급조절이며 비트킬링이며 뭡니까 진짜ㅜㅜㅜㅜㅜㅜ 한국에서도 못한 스우파 직관을 여기서 하는 거냐고요ㅜㅜㅜㅜ 심지어 무대 컨셉마저 발리의 젊음임… 어디서 YGX 냄새 안 나요? 관객 한명 한명과 아이 컨택하며 부채를 치는데 시방 내가 왕이었으면 저 무희에게 빌딩을 하사했을 것이여. 동영상은 용량이 커서 업로드가 안 되는 관계로 사진 한장으로 대신하는 아쉬움...

 

완급 조절이 미쳐버린 무희

 

홀딱 반해서 공연 끝나고 무희들 보러 뒷쪽 공간으로 슉슉 들어갔는데 응? 이미 환복하고 애기 안고 퇴근하시는 언니들… 칼퇴근 정신보소 진짜 개존멋ㅜ 앳된 얼굴로 까르르 웃으며 언니 오빠 아빠가 데리러 온 어린 무희들도 보였는데 멋있으면 다 언니거든요. 쑥쓰럽게 ‘퍼포먼스 이즈 원더풀!!’하고 쌍떰즈업을 선사했지만 그녀들은 공연의 흥분에 아직 젖어있었는지 내 쪽을 안 보더라. 그래도 좋아. 언니 사라해.

이제 우리도 숙소로 퇴근! 가는 길에 페피토 마켓에 들러 망고, 바나나와 기타등등 샀다. 기다려라. 내일 인나자마자 갈아마셔주마.

 

#. 시차에 주의합시다

번외. 새드스토리 위드 리얼클래스 챌린지….
하루에 한 강의를 100일 동안 연속으로 듣는 챌린지가 있었다. 무려 45일차?까지 왔었고 그날 몫을 까먹고 있다가 밤 11시 넘어서 황급히 해치우곤 뿌듯-했는데 아니… 챌린지 인정은 한국 시간 기준이었다!!!!!!!! 와!!!!!!!! 인도네시아보다 한국이 한 시간 빠른 고로 나는 챌린지에 실패한 것!!!!!!!!!!! 씨 내 상금 오만원… 그때그집 족발 시켜먹을 돈이었는데ㅜ 아쉽다!!!!!!!